2027 한예종 영화과 특별전형 기출 분석: 사건과 갈등

2027학년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화과 특별전형 문제는 "그 이후로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라는 제시문과 인물, 시간, 배경 세 가지 조건으로 구성됐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시문이 요구하는 사건의 무게, 조건 하나하나가 담고 있는 출제 의도, 그리고 실제 면접에서 교수님들이 반복해서 검증한 지점을 정리합니다. 한예종 글쓰기는 기승전결의 짜임새보다 사건과 갈등의 순서로 평가된다는 점을 기출을 통해 확인하고, 일반전형 준비생이 가져갈 시사점까지 함께 다룹니다.
기출 분석에 들어가기 전에 한 가지만 짚겠습니다. 고3이 되면 올해 안에 끝내지 못하면 다 끝난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 입시는 매년 옵니다. 특별전형은 고3만 지원할 수 있지만 일반전형은 매년 열리고, 매년 35명에서 40명 가까이를 선발합니다.
영화 현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지 않을 기회를 한 번 잡고, 그 잡은 기회가 성공까지 해야 겨우 이름을 알리는 감독이 됩니다. 배우도 마찬가지고요. 매년 수십 명을 뽑는 시험을 앞두고 있다면 조금 긴 시각으로 봐도 됩니다.
그 전제 위에서 2027학년도 한예종 영화과 특별전형 기출을 뜯어보겠습니다.
제시문 해부: 그 이후로 그들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
올해 특별전형 제시문은 한 문장입니다. 이 문장을 조각내면 출제 의도가 그대로 드러납니다.
제시문 조각 | 요구하는 요소 |
|---|---|
그 일 | 사건의 시작 |
그 이후 | 사건 이후의 전개 |
그들은 | 사건과 얽힌 등장인물 |
이야기하지 않았다 | 침묵을 만들 만큼 무거운 사건 |
마지막 조각이 핵심입니다. 이야기하지 않게 됐다는 건 그 일이 인물들에게 중요한 사건이었다는 뜻입니다. 사소한 일은 침묵을 만들지 않습니다. 출제자는 이 한 문장으로 지원자에게 무게 있는 사건을 요구한 겁니다.
조건 세 가지가 실제로 요구하는 것
조건 | 표면적 규정 | 출제 의도 |
|---|---|---|
인물 | 2인 또는 3인, A B C로 표기 | 관계에 집중하라. 실명 표기는 금지 |
시간 | 24시간 이내에 일어날 것 | 현재 진행형으로 눈앞에 펼쳐지는 이야기 |
배경 | 지정된 공간 중 하나 이상, 그 외 불가 | 익숙한 공간을 어떻게 다루는지 본다 |
인물 2인 또는 3인, 반드시 A B C로
인원을 두세 명으로 묶었다는 건 복잡하게 벌리지 말라는 뜻입니다. 인물이 적으면 남는 건 관계입니다. 그래서 관계의 밀도가 곧 점수가 됩니다.
이름을 A, B, C로 쓰라는 조건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실명을 쓰면 부정행위 소지가 생기기 때문에 마련된 규정이고, 어길 경우 실격까지 갈 수 있습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가장 치명적인 조건입니다.
24시간 이내
아리스토텔레스의 삼일치를 떠올릴 필요는 없습니다. 실질적인 의도는 단순합니다. 10년에 걸친 이야기 말고, 눈앞에서 진행되는 이야기를 쓰라는 겁니다. 시간의 흐름이 또렷하게 보이는 현재 진행형이어야 합니다.
수험생들이 여기서 두 방향으로 실수합니다. 하나는 복잡한 서사를 억지로 압축해 넣는 경우, 다른 하나는 아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소품으로 끝내는 경우입니다. 후자는 갈등 자체가 없는 글이 됩니다.
지정 배경
공항, 노래방, 노인복지관, 놀이공원, 도서관, 쇼핑몰, 식당, 지하철, 집안, 펜션처럼 일상적인 공간이 제시됐습니다. 하나 이상을 쓰되 그 외의 배경은 쓸 수 없습니다.
목록을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전부 클리셰가 바로 떠오르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공항이면 캐리어를 끌고 가는 이별 장면, 코인노래방이면 십 대 청소년, 노인복지관이면 낡고 지루한 오후, 놀이공원이면 연인이나 가족, 도서관이면 공부하는 사람. 여기까지는 누구나 떠올립니다.
그러니 조금 의심하면서 들어가는 편이 좋습니다. 회사 대리와 과장 두 남자가 놀이공원에 함께 간다면 그 자체로 이야기가 생깁니다. 배경을 하나 이상 쓸 수 있으니 하나는 정석적으로, 다른 하나는 스토리와 결부된 낯선 방식으로 쓰는 배분이 현실적입니다.
조건 위반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글 다섯 편 중 세 편은 조건을 어깁니다. 인물 세 명을 넘기지 말라고 했는데 네 명이 등장하고, 지정 배경 외의 공간이 등장합니다.
시험장에서 조건을 다시 읽는 습관을 들이세요. 사건도 갈등도 좋았는데 조건 하나 때문에 평가 대상에서 밀려나는 경우가 실제로 있습니다.
한예종 글은 기승전결이 아니라 사건과 갈등입니다
한예종 영화과 글쓰기는 다른 학교와 결이 다릅니다. 플롯을 매끄럽게 이어붙이는 능력보다 사건과 갈등을 얼마나 또렷하게 세웠는지를 봅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야구 타순으로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1번 타자는 사건입니다
2번 타자는 갈등입니다
3번과 4번 타자가 소재와 인물입니다
사실상 2번 타자에서 승부가 끝납니다. 사건이 뚜렷하고 갈등이 살아 있으면 그 글은 이미 상위권입니다.
1번 타자: 사건, 그리고 남은 것은 침묵뿐
사건이 명확하지 않으면 이번 문제의 조건 자체가 무너집니다. 그 이후로 그들은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문장이 성립하려면, 침묵할 만한 일이 먼저 있어야 하니까요. 사건이 약하면 그 뒤의 침묵도 의미를 잃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떠올려 보세요. 마지막 대사가 "The rest is silence", 남은 것은 침묵뿐입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첫 대사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Who's there", 거기 누구냐입니다. 존재론적 허무 속에서 누군가 등장하며 시작합니다. 인물이 있고, 그 인물이 겪는 대단한 사건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의 침묵이 무게를 갖습니다.
아무 사건도 없는데 남은 것은 침묵뿐이라고 끝내면 그건 햄릿이 아닙니다. 올해 특별전형 면접에서도 교수님들이 이 지점을 집요하게 검증했습니다. 그래서 남은 게 침묵뿐이라는 게 말이 되느냐, 그게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느냐. 이런 질문이 반복됐습니다.
2번 타자: 갈등
사건을 만들었다면 다음은 갈등입니다. 제시문의 "그들은"과 "그 이후"가 여기에 대응합니다. 사건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그 사건에 얽힌 사람들이 있고 사건 이전과 이후의 시간이 있습니다. 그 관계에서 발생하는 것이 갈등입니다.
갈등은 딜레마이기도 하고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햄릿에게 복수해야 할 대상이 곧 가족이라는 구조가 전형적인 딜레마죠. 주인공이 아무 딜레마 없이 A에서 B로, B에서 C로 선형적으로 이동하는 글은 좋은 글이 되기 어렵습니다. 선택의 순간이 있어야 하고, 그 선택이 인물을 몰아붙여야 합니다.
여기서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겠습니다. 갈등을 치밀하게 설계하라는 말이 부담스럽다면 기준을 낮추세요. 문제는 갈등을 잘 만드느냐가 아닙니다. 수험생 열에 아홉은 갈등이 아예 없습니다. 있기만 해도 상위권에 듭니다. 거기서 더 정교해지면 점수가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3번과 4번 타자: 소재와 인물
사건과 갈등이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소재만 화려하면 글이 붕 뜹니다. 요리로 치면 재료가 익지 않았는데 마지막에 근사한 고명 하나를 올린 셈입니다. 교수님들은 그런 글을 싫어합니다. 준비해 와서 외운 소재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인물도 같습니다. 갈등이 없는데 캐릭터 설정만 재미있게 해봐야 소용이 없습니다. 오토바이 폭주족이라는 설정 자체가 매력을 만드는 게 아니라, 그 인물이 놓인 딜레마가 매력을 만듭니다. 딜레마가 뒷받침되지 않은 캐릭터는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클리셰가 아니라 습관을 경계하세요
여기까지 읽고 무조건 낯설게 써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실 필요는 없습니다. 놀이공원에 연인이 가면 안 된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예종 교수님들이 일관되게 보여주는 태도가 있습니다. 정답을 가르치기보다, 지원자가 말하는 것이 정답임을 스스로 입증하게 만드는 방식이죠. 예술은 정해진 답을 배우는 게 아니라 자기 주장을 작품으로 증명해가는 과정이니까요.
그래서 평범하게 쓰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습관적으로 쓰면 안 된다가 정확한 표현입니다. 상상력이 부족해서 평범해진 글과 의도를 갖고 평범함을 선택한 글은 완전히 다르게 읽힙니다.
일반전형 지원자가 가져갈 것
특별전형은 1500자에서 2000자 정도로 비교적 길게 씁니다. 일반전형은 분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800자 수준으로 압축될 수도 있죠.
분량이 줄면 사건과 갈등의 우선순위는 오히려 더 선명해집니다. 짧은 글에서 소재와 인물 묘사에 지면을 쓰면 정작 사건이 들어갈 자리가 없어집니다. 800자 안에서 사건 하나와 갈등 하나를 또렷하게 세우는 연습을 지금부터 해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레포케 수업에서도 글을 쓰고 끝내지 않습니다. 이 글의 사건이 무엇이고 갈등이 무엇인지 학생이 직접 말로 정리하는 단계를 거칩니다. 2025년 한예종 영화과 8명 합격이라는 결과도 그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한예종 스토리텔링과 2차 면접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레포케 합격 후기에서 사례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전형별 준비 순서와 시기별 계획은 레포케 입시 가이드를 함께 참고하세요.
핵심 정리
2027 한예종 영화과 특별전형 제시문은 침묵할 만큼 무거운 사건을 요구했습니다
인물은 2인 또는 3인이며 반드시 A, B, C로 표기합니다. 실명 표기는 실격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24시간 조건은 현재 진행형으로 사건이 실시간 전개되는 이야기를 쓰라는 뜻입니다
지정 배경 외의 공간은 쓸 수 없습니다. 조건 위반은 실제로 매우 흔합니다
평가 순서는 사건, 갈등, 소재, 인물입니다. 사건과 갈등에서 사실상 승부가 갈립니다
수험생 대다수의 문제는 갈등이 정교하지 않은 게 아니라 갈등이 아예 없다는 점입니다
클리셰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의도 없이 습관적으로 쓰는 것이 문제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예종 영화과 특별전형에서 인물 이름을 실명으로 쓰면 어떻게 되나요?
A. 조건에 A, B, C로 표기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실명 표기는 부정행위 소지가 있어 마련된 규정이므로 실격 처리될 수 있습니다. 시험지 조건란을 다시 확인하고 작성하세요.
Q. 24시간 조건은 이야기 전체가 하루 안에 끝나야 한다는 뜻인가요?
A. 사건이 24시간 안에 일어나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긴 세월을 요약하는 서사 대신 눈앞에서 진행되는 현재 진행형 이야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Q. 지정된 배경을 여러 개 써도 되나요?
A. 하나 이상이므로 복수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만 목록 밖의 공간은 쓸 수 없습니다. 하나는 정석적으로, 다른 하나는 이야기와 결부된 낯선 쓰임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권합니다.
Q. 갈등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이 안 옵니다.
A. 주인공이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을 하나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어느 쪽을 골라도 잃는 것이 있는 딜레마, 또는 관계 자체가 모순인 아이러니면 충분합니다. 정교하지 않아도 갈등이 존재하는 것만으로 평가에서 앞섭니다.
Q. 일반전형도 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면 되나요?
A. 우선순위는 동일합니다. 다만 일반전형은 분량이 더 짧아질 가능성이 큽니다. 짧은 분량에서 사건과 갈등을 또렷하게 세우는 연습을 별도로 해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